godot

« 한 권의 책을 일생 동안 몇 번 읽을 수 있을까.

한 사람의 정신은 일생에 걸쳐 얼마나 변화할 수 있을까.

긴 시차를 두고 동일한 텍스트를 읽을 때, 그 경험이 결코 오래전과 동일할 수 없다는 것에 누구나 공감한다.

한 사람의 일생이 부침을 겪는 동안, 그의 몸-마음과 함께 언어가 변화한다.

이를테면 기쁨이나 슬픔, 후회나 두려움 같은 단어들을 읽을 때, 일생의 경험이 거기 실려 단어들은 더 무겁거나 깊게(때로 더 환하게) 흔들린다.

구체적인 단어들 역시 은밀히 두터워진다. 햇빛, 강물, 웃음, 뒷모습, 어둠, 목소리, 포옹, 심장, 피, 눈물....... 우리의 삶과 함께 늙어 가는, 갱신될 때마다 겹겹의. »